시작인 건가? 어제보다 조금은 더 따뜻한 햇살이 내 눈꺼풀을 부드럽게 밀어 올렸다. 늘 그렇듯 가느다랗게 뜬 눈으로 핸드폰 시계를 확인한다. 8시 30분쯤이었나... 여느 주말과 다르지 않은 시간이다. 어젯밤 마신 서너 캔의 맥주 때문인지 화장실에 가고 싶지만, 빨간 날엔 눈을 뜨고 침대에서 30분쯤은 더 있어야 한다. 특히 겨울이면 더 그렇다. 이불 정리를 하고는 이미 거실로 나와 아침의 한적함을 즐기고 있는 아이와 침대 옆 방석에서 잠자듯 깨어 있는 크림이에게 아침 인사를 한다. 커피 향기가 은은한 식탁에서 아이와 함께 간단히 아침을 먹고, 책을 읽으려다가 문득 연필을 든다. 그렇게 잠시, 평소와는 다른 행위(行爲)를 한다.
넓은 자연 속을 마음껏 뛰노는 아이들처럼, 내 머릿속 이곳저곳을 떠다니던 생각들을 400자 원고지 위에 하나 둘 모아본다. 그렇게 열 줄을 조금 넘게 쓰다 보니 10시 19분. 5분의 여유를 위해 5분 빠르게 맞춰둔 거실 시계를 바라보다 잠시 쓰기를 멈춘다. 그리고 다시 평소처럼 책을 집어 든다.
2025년 1월 1일 아침, 내가 처음 읽는 책은 김영민 작가의 '아침에는 죽음을 생각하는 것이 좋다'이다. '모든 것은 결국 다 소멸한다.'는 문장을 보고 있을 즈음, 옆에서 아이가 말을 건다. 그러고는 이어서 세 페이지를 더 읽고, '소명 달성을 통한 소멸'이라는 글귀를 소리내어 말하며 책에 써 놓는다. 내 마음속에 그 구절이 조금 더 오래 있기를 바라며.
옆에 있는 아이를 바라본다. 조금 전 아이가 한 말이 기억이 나지 않는다. 분명 내가 뭐라고 대답도 한 것 같은데... 조금 더 생각해 보다 아이에게 묻는다. 아이도 모른다. "모르겠지만, " 하고 말하며 학급 장기 자랑 발표를 위해 준비하던 크림이 사진 편집한 것들을 내게 보여준다. 아이가 만든 사진들을 보며 어떻게 영상으로 만들지 함께 얘기를 나눈다.
그렇게 2025년의 첫 번째 아침을 보낸다. 아주 보통의 일상이지만, 결코 같을 수는 없는 그런 하루를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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