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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in Korea/일상5

[감기] 내게 남은 어떤 어른의 버릇 감기에 걸렸다. 올겨울 들어 걸린 첫 번째 감기. 나는 아픈 티가 잘 안 날 뿐더러, 아픈 티를 잘 내지도 못한다. 그리고 사실, 이건 그저 흔하디흔한 감기일 뿐이다. 물 많이 마시고 며칠 푹 쉬면 자연스레 사라질 감기. 그런데도 오늘은 감기에 걸렸다는 이유로 하루 종일 세상만사 다 제쳐두고 푹 쉬고 싶다. 티브이만 온종일 틀어둔 채 바닥에 누워 하루를 그렇게 어영부영 다 보내버리고 싶다. 해야 할 것 하나 없이.익숙해졌다. 어느 순간부터인가 혼자 아픈 것도, 그렇게 혼자 앓다 보면 낫는 것도. 어릴 적부터 나는 왠지 혼자 알아서 해야 한다는 생각이 있었다. 그 당시 집 안과 밖에서 생계를 꾸려가시는 부모님과, 티 나게 이런저런 사고를 치고 오는 동생, 그리고 내가 있었다. 공부든 숙제든 학교에서의 일은.. 2025. 1. 6.
[겨울] 차갑고도 따뜻한 우리의 겨울 이야기 내가 유난히 겨울을 좋아하는 이유는 우리의 겨울이 베란다에 놓인 귤처럼 차갑고도 방금 구운 붕어빵처럼 따뜻한 계절이기 때문이다.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두 뺨에 스미는 차가운 공기와 이불 속 포근한 온기. 이불에 대해서 조금 더 말할 것 같으면, 갓 빨아 풍기는 은은한 세제 향기와 햇볕을 가득 품은 베란다 냄새를 조금 머금은 이불 속은 정말 웬만한 의지 없이는 일어날 수가 없다. 크림이와 산책하러 가기 위해 바깥으로 나서는 순간, 겨울의 가장 아름다운 순간이 시작된다. 구름 하나 없이 푸르고 높은 하늘과 온몸으로 나를 맞이하는 겨울 아침의 맑은 공기는 내 머릿속까지 깨끗이 씻어내듯 날카롭게 나를 깨운다. 그 아침, 털 크록스라 괜찮을 줄 알고 양말을 안 신고 나온 나는 발목에서부터 전해지는 진정한 겨울을 .. 2025. 1. 4.
[자존감] 나의 자존감에게 나의 자존감에게, 안녕! 우리가 함께한 지 어느새 사십 년이 조금 넘었구나. 그동안 우린 수없이 산길을 오르내리며 때로는 숨 가쁘게, 때로는 여유롭게 걸음을 옮기곤 했지.기억나니? 7년 전쯤인가. 그때 우린 이방인으로 살아가고 있었어. 모든 게 느리게 가던 곳. 그 나라 말을 그리 잘하지 못해 왠지 모르게 위축되어 있었잖아. 마치 잔뜩 몸을 웅크리고 있는 고슴도치 같았달까. 바깥세상의 낯선 기운이 다가올 때마다 가시를 세우고 스스로를 방어했지만, 정작 그 가시는 우리를 더 외롭게 만들었을지도. 사실은 그 작은 몸 안에 숨어드는 불안과 두려움을 감추려고 애썼던 거였는데.다행인 건 우리가 함께 있었다는 거야. 나를 가장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그 사람도 언제부터인가 나를 몰랐고, 오해하고, 비난하고, 내버.. 2025. 1. 3.
[시작] 설렘, 나를 믿는 희미한 확신 지금까지 몇 번의 끝과 몇 번의 시작을 지나왔을까? 그 끝 지점에서의 나와 다른 시작 앞에서 나의 모습은 어떠했을까? 돌이켜보면 끝이 늘 아쉽지만은 않았고, 시작이 매번 쉬웠던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시작에는 익숙함을 떠나 다시 낯선 길을 향해 나아가는 조심스러운 내 마음을 살며시 안아주는 설렘이 담겨 있었다.그 설렘은 단순히 새로움에서 오는 감정이 아니다. 시작은 내가 다시 한번 선택할 기회를 준다. 지나온 끝을 통해 무엇을 배웠고, 무엇을 놓아야 하는지 돌아보게 한다. 그렇게 스스로의 결단에서 비롯된 시작은 그 자체로 의미를 부여하기에 더욱 특별하다. 물론 시작 앞에 선 나의 마음이 언제나 설렘으로만 가득한 것은 아니다. 이게 맞는 선택일까? 내가 잘해 나갈 수 있을까? 알 수 없는 두려움은 이런 물.. 2025. 1. 2.
[2025] 아주 보통의 일상이지만, 결코 같을 수는 없는 (feat. 미션캠프) 시작인 건가? 어제보다 조금은 더 따뜻한 햇살이 내 눈꺼풀을 부드럽게 밀어 올렸다. 늘 그렇듯 가느다랗게 뜬 눈으로 핸드폰 시계를 확인한다. 8시 30분쯤이었나... 여느 주말과 다르지 않은 시간이다. 어젯밤 마신 서너 캔의 맥주 때문인지 화장실에 가고 싶지만, 빨간 날엔 눈을 뜨고 침대에서 30분쯤은 더 있어야 한다. 특히 겨울이면 더 그렇다. 이불 정리를 하고는 이미 거실로 나와 아침의 한적함을 즐기고 있는 아이와 침대 옆 방석에서 잠자듯 깨어 있는 크림이에게 아침 인사를 한다. 커피 향기가 은은한 식탁에서 아이와 함께 간단히 아침을 먹고, 책을 읽으려다가 문득 연필을 든다. 그렇게 잠시, 평소와는 다른 행위(行爲)를 한다.넓은 자연 속을 마음껏 뛰노는 아이들처럼, 내 머릿속 이곳저곳을 떠다니던 생각.. 2025. 1.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