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유난히 겨울을 좋아하는 이유는 우리의 겨울이 베란다에 놓인 귤처럼 차갑고도 방금 구운 붕어빵처럼 따뜻한 계절이기 때문이다.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두 뺨에 스미는 차가운 공기와 이불 속 포근한 온기. 이불에 대해서 조금 더 말할 것 같으면, 갓 빨아 풍기는 은은한 세제 향기와 햇볕을 가득 품은 베란다 냄새를 조금 머금은 이불 속은 정말 웬만한 의지 없이는 일어날 수가 없다.
크림이와 산책하러 가기 위해 바깥으로 나서는 순간, 겨울의 가장 아름다운 순간이 시작된다. 구름 하나 없이 푸르고 높은 하늘과 온몸으로 나를 맞이하는 겨울 아침의 맑은 공기는 내 머릿속까지 깨끗이 씻어내듯 날카롭게 나를 깨운다. 그 아침, 털 크록스라 괜찮을 줄 알고 양말을 안 신고 나온 나는 발목에서부터 전해지는 진정한 겨울을 느끼며 아주 혼쭐이 난다. 그렇게 얼어붙듯 차가운 발목을 데리고 집에 들어오면 뜨겁다가 이내 다시 따뜻해진다. 꿀타래처럼 가는 털들이 모여있는 크림이의 발목은 괜찮은 걸까?
우리가 사랑하는 겨울의 또 다른 모습은 겨울 바다에 있다. 바닷물은 차갑고, 모래도 서느렇고, 바람도 쌀쌀한데, 물에 뛰어들어 한껏 신나게 파도와 노는 아이의 모습은 그 모든 것을 따뜻하게 만든다. 다 놀고 난 아이를 번쩍 안아 성큼성큼 걸어 나오는 나의 품도 따뜻하다. 아이의 발은 겨울 바다처럼 차디찬데, 그의 해맑은 웃음은 그저 따뜻하다. 예상치 못해 하릴없이 맨손으로 아이의 발에 묻은 모래를 털어주는 내 손은 시리지만, 내 어깨를 꼭 잡고 있는 아이의 손은 참 따뜻하다.
그리고 크리스마스. 11월 말부터 우리의 크리스마스는 시작된다. 어쩌면 아이보다 내가 더 좋아하는 시간인지도. 크리스마스 캐롤을 틀어 놓고, 트리 상자를 열어, 커다란 초록빛 크리스마스트리에 저마다의 이야기를 담은 오너먼트를 하나둘 달아 본다. 마지막으로 반딧불이 같은 작은 불빛들이 트리에 생기를 더하고, 아이는 크리스마스 선물을 기다린다. 어둡게 내려앉은 밤의 거실은 고요하고 끔뻑끔뻑 노오란 불빛들의 춤은 따뜻하다. 창문에서 조금씩 스며 들어오는 공기는 시린데, 내 옆에서 곤히 자고 있는 아이의 숨소리는 포근하다.
내가, 그리고 우리가 겨울을 특별히 좋아하는 이유는 차가운 겨울이라는 계절 아래에서 우리의 소소하고 따뜻한 일상이 오래도록 남을 다정한 기억들을 만들어 주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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