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어릴 적 수많은 육아책과 육아 유튜브를 보며 공부도 하고 여러모로 도움을 받았다.
하지만, 어느 순간 육아가 더 힘들어지고, 늘어만 가는 육아 정보에 점점 지쳐가고 있음을 느꼈을 무렵부터는
굳이 찾아보지 않고 한동안 멀리하기까지 했다.
그러다 아이가 초등학교에 들어온지도 몇 년이 지났고,
이제 엄마의 말은, 시작하는 그 순간부터 잔소리가 되어버리는 것 같았다.
지금이 나와 아이 사이의 거리를 어느 정도 새롭게 조절할 때인가를 느끼던 요즘,
제목을 보고 읽게 된 책이 [나는 다정한 관찰자가 되기로 했다]였다.
책의 주제를 '다정한 관찰자'라고 잡고, 다정한 관찰자로서의 엄마를 근사하게 생각하며 글을 쓰던 작가가
원고를 마무리하면서 깨달았다는 그 말이 마음에 닿았다.
사실 다정한 관찰자는 내가 아닌 아이들이었다는 말.
... 망친 요리를 먹으면서도 불평하지 않고,
휩쓸리듯 더 큰 집과 고급 차를 요구하지 않고,
내가 학부모 모임에서 듣고 온 근거 없는 괴소문에 덩달아 날뛰지 않으며,
어딘가 미심쩍은 정보를 들고 와 떠들어도
그저 믿어주고 지지해주는 '다정한 관찰자'가 내겐 둘이나 있었다. ... [책 본문 중에서]
그리고 택시 기사님의 다정한 관찰자 이야기도. 마음을 따뜻하게 했다.
... 새벽 두 시, 공부하느라 배고플 아들을 위해 주전부리를 사들고 와 방문을 여는 아빠와
오늘도 무사히 퇴근한 아빠를 확인한 아들은 서로의 존재를 확인하고 다정하게 웃었겠다.
그리고 하나 더, 아빠가 모르는 게 있었다.
그 시간까지 열심히 공부하는 아들을 확인하고 흐뭇해했던 아빠보다
그 늦은 시간까지 안전하게 일하고 건강한 모습으로 돌아와 준 아빠를 확인한 아들의 마음이
더 충만하고 행복했을 거라는 사실을. ... [책 본문 중에서]
아이가 아직 어릴 때, 아마 세네살쯤이었던 것 같다.
나와 아이, 그리고 주변의 엄마들과 아이들을 바라보며 문득 들었던 생각이,
그 동안 조건 없는 사랑을 주는 사람은 부모라는 말을 많이 듣고 자랐지만,
사실 진정으로 아무 조건 없는 사랑을 주는 사람은 바로 나의 아이, 그리고 아이들인 것 같다는 거였다.
그리고 그 존재가 참 귀하고, 소중하고, 한편으로는 미안하고, 감동이고, 코끝이 찡하게 고마웠다.
그런 나의 아이와 한 팀이 되고 싶다.
문제가 있을 때 나누고 함께 고민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어른이 되어 너의 인생을 펼쳐나갈 그 순간에도 거리와 상관없이 그저 너의 마음 한 곳에
너를 응원하고 사랑하는 엄마가 있음을 알았으면 좋겠다.
다른 사람들의 눈에 좋아보이는 엄마, 괜찮은 엄마, 그런게 아닌,
너가 보고 느끼는 내가, 너의 곁에서 함께 하는 사람임을 느낄 수 있기를.
아이는 성장하며 지켜울 만큼 계속 실수하고 실패할 것인데,
그 때 엄마는 아이를 나무라고 다그치고 윽박지르는 존재가 될 것인가,
함께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여 끝내 방법을 찾아갈 것인가를 선택할 수 있다.
서로가 서로에게 편이 되어줄 수 있는 관계,
실수와 실패라는 결과에도 부끄럽지 않은 관계,
함께 머리를 맞대어 위기를 돌파하는 단단한 관계를 꿈꾼다.
[책 본문 중에서]
서로가 서로에게 다정한 관찰자가 되어주는 삶.
각자의 삶의 여정을 따뜻한 눈빛으로 격려하는 삶.
실수와 실패에도 섣불리 개입하거나 꾸짖지 않는 삶.
멀지도 가깝지도 않은 거리를 유지하며 서로 도움을 청하고 건네는 삶.
어느 한쪽의 일방적인 희생이나 복종을 강요하거나 기대하지 않는 삶.
생각해보면 아이들은 '나'라는 철부지 여자에게 자식이라는 이름으로 나타난 그 순간부터 줄곧 그런 존재가
되어주고 있었다. 그걸 모른 채 뭐라도 되는 양 으쓱하며 긴 시간을 살아왔을 뿐,
아이들은 태어난 순간부터 지금까지 변함없이 다정하게 나를 관찰하며 응원하고 있었다.
[책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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